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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미디어오늘

우리 아이 컸을 땐 어떤 직업이 뜰까?

  • 입력 2021.04.13 09:42
  • 수정 2021.05.04 09:59

지난 1년여 시간, 우리 삶은 큰 폭으로 흔들렸습니다. ‘코로나19’가 진원지였죠.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전망입니다. 이젠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출석을 체크합니다. 화면 속 선생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고, 숙제도 디지털 파일로 게시판에 올리죠. 수업이 끝나고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 새 하루가 갑니다. 이따금 학원을 가고, 마스크를 쓰고 친구를 만나 짧게 얘길 나누고 헤어집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듣던 잔소리도 “양치질 해”에서 “자가진단부터 해”로 바뀌었죠.

하루 중 적잖은 시간을 집 안에서 정보를 찾고, 게임을 즐기고, 업무를 보고, 여가활동을 합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매출이 쪼그라들고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는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과 배달의민족, 라인 같은 기업은 대표적 성장주로 떠올랐습니다. 기업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옵니다. 

비대면・온라인 활동은 일상이 됐다.  
비대면・온라인 활동은 일상이 됐다.  

한켠에선 플랫폼 노동자[1]들이 플랫폼의 갑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잇따라 쓰러진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배달이나 분류 작업의 일자리는 늘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나쁜 일자리’가 늘어났던 겁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해법으로 내세웠지만, 공공 일자리나 청년 일자리는 여전히 비정규 임시직 위주입니다. 이 노동자들을 가리켜 ‘긱 워커(gig worker)’라고 부릅니다. 헷갈립니다. 우리 사회는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요? 

SNS나 스마트폰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말. 쿠팡이나 티몬 같은 쇼핑 앱,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나 카카오택시 같은 운송 서비스 등에 널리 퍼져 있다.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에 소속되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자영업자(개인사업자) 형태로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다쳐도 업체에서 보상을 받기 어렵고, 4대보험 적용을 받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플랫폼 노동자들의 낮은 수입과 장기간 중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흔들린 삶의 방식, 일자리 지형도 흔든다

일과 생활의 경계도 시나브로 흐려졌습니다. 집에서 업무를 보다 다치면 산업재해에 해당할까요, 아닐까요? 내 PC와 스마트폰으로 오롯이 일을 해야 한다면 이건 회사 경비일까요 개인 경비일까요? 출퇴근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지 못하면 자칫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수시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럼 법이 보장하는 야근수당은 받을 수 있을까요? 알쏭달쏭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동시다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변화에 부딪히지만, 많은 걸 결정하지 못하고 흘러가고 있고요. 나는 그렇다 칩시다. 우리 아이가 컸을 땐 이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우리는 다시금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부모는 걱정입니다. 다음 세대를 통과할 우리 아이들이. 

요즘 세상에서 5년, 10년 뒤를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무의미해 보입니다. 기술 발전의 호흡은 너무 짧고 변화무쌍합니다. 아무리 부지런히 쫓아가도 기술과 내 자리 사이의 간극은 벌어집니다. 그럼에도 지금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가 내 손에 쥐어지니까요. 도리 없습니다. 세상 흐름을 유심히 읽는 수밖에요. 다음 세대의 일자리를 예측하는 보고서들을 쫓아가며 지혜를 구해보려 합니다. 아이의 미래가 궁금한 부모님이라면 이 여정에 동참해주세요. 

직업 변화 이끄는 3대 키워드, ‘원격 근무’ ‘온라인쇼핑’ ‘자동화’

비대면, 온라인, 자동화. 이 세 가지 조미료의 화학적 결합은 우리 미래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엔 어떤 직업이 각광받게 될까요.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1년 3월, ‘코로나 이후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역시 숙련된 전문 기술을 가진 직업이 뜨고, 단순 노동직은 점점 몰락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대면 사회가 촉발시킨 원격 근무 형태는 낯설지만 조금씩 정착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주요 8개국 800개 직종의 2000여 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들 선진국 노동력의 20~25%는 생산성 차질 없이 일주일에 3~5일 동안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4~5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자연스레 사무 공간도 지금보다 줄어들 전망입니다. 맥킨지가 2020년 8월 자사 임원 278명을 대상으로 물어봤더니 평균 30%가량 사무 공간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사무 공간이 줄고 출퇴근이 줄면 주변 상점이나 식당 매출도 줄어들겠죠. 대중교통 수요도 줄어들 테고요. 업무상 출장이나 여행도 점차 사라질 테니 공항이나 접객업, 서비스업종 종사자도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당장 항공사 승무원이나 비행기 엔지니어, 수하물 취급자 등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원격 근무에 따른 업무용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영상회의용 솔루션은 인기가 치솟습니다. 

코로나19를 맞으며 온라인쇼핑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형 마트나 쇼핑몰은 방문객이 줄면서 매대 직원이나 계산원을 줄여야 할 처지입니다. 그나마 계산대를 지키던 사람 자리도 셀프계산대나 센서 기반 자동 계산대가 차지했습니다. 공항도 셀프 체크인 구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고요. 

✔︎ The future of work after COVID-19(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 : https://www.mckinsey.com/featured-insights/future-of-work/the-future-of-work-after-covid-19 

의료・건강 분야, 미래에도 ‘맑음’

비대면 시대를 맞아 전망이 더욱 밝아진 직업도 있습니다. 전염병이 확산되고 책상 위 노동이 증가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헬스클럽은 울상을 짓지만, 개인 트레이너 시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니 간호사재택 건강관리사, 요양보호사 수요도 함께 치솟습니다. 맥킨지는 친환경 산업이 각광받는 데 따른 풍력발전기 기술자, 비대면 영상통화 확대로 인한 수화통역사 등도 미래에 각광받을 직업으로 꼽았습니다.

비대면 확산과 평균 수명 증가로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비대면 확산과 평균 수명 증가로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미국 US뉴스도 올해 초, ‘2021년 최고의 직업 100’을 발표했는데요. 전망을 보면 맥킨지 보고서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꼽은 최고의 직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준의사(Physician Assistant, PA) : 한국에선 ‘간호보조인력’ 또는 ‘전담간호사(PA)’로 불립니다. 국내 전담간호사가 의사 책임 아래 진료 일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면, 미국에선  의사를 도와 환자를 진단, 치료하고 수술을 하거나 약도 처방합니다. 주에 따라 의사와 협업해 수술이나 치료를 진행하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의대 과정보다 짧은 5~6년 과정을 거치며 근무 시간도 짧은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2. 소프트웨어 개발자(SW Developer) :  정보화 시대에 두말할 필요 없이 각광받는 직업입니다. 현대 삶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디지털 세상을 움직이는 각종 서비스와 모바일 앱, PC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입니다. 전문성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짜고 기능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사람을 가리킵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시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죠.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개발자의 미래는 지금이나 앞으로나 밝을 전망입니다.

3.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 NP) : 전공의(레지던트) 업무 시간 제한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전문직 간호사. 미국에서 레지던트와 똑같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간호학 학사 4년, 간호사 경력 2년, 전문간호사 석사 2년을 거쳐야 하고요. 준의사(PA)가 의사 감독을 거쳐야 한다면, 전문간호사는 전공의와 똑같이 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 레지던트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순환근무를 하는 데 반해, 전문간호사는 한 부서에 계속 머무르며 전공을 쌓을 수 있습니다.

4. 의료·건강 서비스 매니저(Medical and Health Services Manager) : 병원이나 요양원, 기타 진료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관리하는 매니저 겸 기획자. 단순 시설 관리 뿐 아니라 경영과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관리해야 하므로 환자・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운영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기본 의료 지식과 경영 지식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5. 의사(Physician) : 2021년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안정적이고 전망이 좋은 직업으로 꼽히는 의사. 미래에도 전망은 밝은가 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9년까지 미국 내 의사 고용율이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만8500여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네요.

6. 통계학자(Statistician) :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똑같은 지역에서도 어느 골목에서 어떤 음식이 잘 팔리는지, 1년 동안 40대가 가장 많이 카드 결제를 한 동네는 어디인지, 내 웹사이트 방문자는 어디를 거쳐 들어와 무엇을 보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통계학자는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전문가입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공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을 더하면 요즘 인기 있는 데이터과학자(Data Scientist)로 확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7. 언어재활사(Speech-Language Pathologist) : 대화나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진단・치료하는 사람. 뇌졸중 등으로 말하기를 재학습하는 환자나 말을 더듬는 사람, 언어 장애가 있는 어린이 등 다양한 유형의 환자가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입니다. 의료원 재활센터나 요양원 등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8. 데이터과학자(Data Scientist) :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 해체와 재구성을 거쳐 통찰력을 발견하는 전문가. 6위를 기록한 통계학자의 기본 통계 지식에 프로그래밍 능력, 기술 지식을 보태야 합니다.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력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갖춰야 하고요. 빅데이터 기반 정보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9. 치과의사(Dentist) : 기술이 발전하고 기대 수명이 늘어도 사람의 몸은 기본적인 수명 주기가 있죠. 치아 관리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US뉴스는 치과의사를 급여가 높고 고용 기회도 많으며 실업률은 낮은 직업으로 꼽았습니다. 치과의사는 2020년엔 2위, 2017년엔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0. 수의사(Veterinarian) :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는 덕분일까요. 수의사는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 10위에 올랐습니다. US뉴스는 수의사가 단지 개와 고양이 뿐 아니라 농장 동물을 돌보는 일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가축 전염병을 막고 안전한 먹거리를 얻기 위해 동물을 검사하는 일도 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물의 암을 진단・치료하는 기술과 장비도 고도화됐다고 합니다. 

미래에도 건강은 중요한 화두로 보입니다. 상위 10개 직업 가운데 의료나 건강 관련 직업이 7개에 이릅니다. 나머지 3개 직업은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직종입니다. 정보화 사회로 접어든 현실이 반영된 전망으로 보이네요.

✔︎ ‘2021’s 100 Best Jobs(2021년 최고의 직업 100)’ : https://money.usnews.com/careers/best-jobs/rankings/the-100-best-jobs

직업 명암 가르는 자동화 바람

최근 4~5년간 우리 사회 변화를 이끈 가장 큰 불씨는 인공지능일 겁니다. 2016년,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알파고’를 선보인 이후 사회 전반엔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센서로 무장한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고 있죠.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전통 자동차 제조사인 GM이나 BMW 등이 잇따라 운전자 없이 스스로 길을 찾는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CMR서지컬이 만든 수술로봇 ‘베르시우스’는 3개의 팔로 사람보다 두 배나 빠르면서도 훨씬 정밀하게 수술을 진행합니다. 딥마인드가 내놓은 인공지능 ‘알파폴드’는 사람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분석합니다. 알파폴드는 사람이 분석하면 1년 이상 걸리는 단백질 구조를 며칠 만에 완료했고, 그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죠. 인공지능이 노벨상을 수상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입니다. 인공지능의 암 진단률이 사람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죠.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암 진단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고요.

영국 CMR서지컬이 만든 수술로봇 ‘베르시우스’. (사진 : CMR서지컬)
영국 CMR서지컬이 만든 수술로봇 ‘베르시우스’. (사진 : CMR서지컬)

인공지능은 책도 읽어주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찍고, 기사도 씁니다. 오픈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언어 모델 ‘GPT-3’는 지금껏 나온 가장 진화된 인공지능으로 꼽힙니다. GPT-3를 응용한 서비스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요. ‘아보카도 모양의 안락의자’라고 글자를 입력하면 이를 그림으로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자신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스스로 쓰기도 합니다. 어떤 인공지능은 원고(스크립트)만 올리면 가상의 사람이 등장하는 홍보 영상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기쁨이나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인공지능 성우도 나왔습니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는 인공지능이 책 내용을 5가지 목소리로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시대에 게임 영상이나 영화에 목소리를 입히는 성우는 앞으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드론이나 로봇도 인간 노동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과수원에선 과일이 많이 열리도록 꽃의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주는 수분 작업을 합니다. 지금까진 사람이 일일이 붓이나 면봉으로 꽃가루를 찍어 암술머리에 묻혀주는 작업을 했는데요. 최근엔 드론이 하늘에서 꽃가루를 뿌려주는 방식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16명의 인부가 8시간을 꼬박 매달려야 하는 작업을 드론이 단 10분 만에 처리한 거죠. 이 뿐인가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산업도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드론은 이미 농업이나 임업 등 1차 산업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드론은 이미 농업이나 임업 등 1차 산업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사회 변화는 곧 직업 변화로 이어집니다. 2020년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 2020’을 발간했습니다. 팬데믹 시대의 변화를 짚어보고 2025년까지 기술 변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변화의 상관관계를 조망한 보고서인데요.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2025년까지 일자리는 오히려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입니다. 

우선, 보고서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 이상(52%)을 기계가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단순한 자료 입력이나 행정 업무, 사무직과 생산직의 반복 업무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2025년까지 8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도 9700만 개에 이릅니다. 단순 계산하면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1200만 개가량 늘어난다는 얘긴데요.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립니다. 아래 표를 볼까요.

2025년까지 늘어날 직업과 줄어들 직업(자료 : WEF)
2025년까지 늘어날 직업과 줄어들 직업(자료 : WEF)

늘어날 일자리의 ‘질’도 따져봐야 합니다. 미국 다빈치연구소 소장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해 만드는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일자리는 대체로 지위가 안정적이고 수입이 고정된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일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일거리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임시직 노동자, 이른바 ‘긱(gig)’ 노동자가 확산될 거라는 얘깁니다. 사람들은 어디서든 일하고, 어디로든 흩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0(직업의 미래 보고서 2020)’ : https://www.weforum.org/reports/the-future-of-jobs-report-2020

요즘 출산율이 역대 최저란 뉴스가 계속 나오잖아요. 실제로 우리나라 2020년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1명을 채 안 낳는다는 얘기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소속 37개 나라 가운데 0명대 출산율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고령화도 문제이죠. 지난 50년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랐습니다. 예전에는 30~40대를 중심으로 위・아래가 좁아지는 다이아몬드형(◇) 인구분포였다면, 지금은 아동은 적고 노년층은 많은 역삼각형(▽)으로 접어든 거죠. 

2021년 한국 인구 분포(자료 : 통계지리정보서비스)
2021년 한국 인구 분포(자료 :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인구 분포 변화도 직업군 변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산부인과 의사유아돌봄 관련 서비스업 종사자는 타격을 입게 됩니다. 낙농업의 미래도 어두워지죠. 우유 소비는 줄고, 대체식품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으니까요. 초・중・고교 입학생 수는 줄고 대학 정원도 덩달아 줄어듭니다. 교사교수도 수요가 줄어들겠죠. 

물론 직업 전망은 단순한 한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질적인 변수들은 무척 다양하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하기도 어렵죠. 10년 전 전망한 결과가 지금 보면 전혀 엉뚱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나 인구 변화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미래 직업을 전망하기에 적합한 변수로 꼽힙니다. 지역이나 기술 숙련도, 직업의 진입장벽 등 세밀하게 따져볼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전체 방향을 큰 그림으로나마 예측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친환경 산업 확대에 따른 관련 업종 일자리 증가도 예상된다.
친환경 산업 확대에 따른 관련 업종 일자리 증가도 예상된다.

‘노동의 인간화’와 ‘정의로운 전환’

자동화와 로봇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지만, 인간을 대체하려 드는 순간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 인간의 능력을 기계가 대신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주변부로 밀려난 삶을 살게 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죠. 전환기 기술 변화를 맞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 체질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대안입니다. 이를테면 우리 노동 환경이 성장 위주의 생산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녹색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나 지역 사회가 희생을 당하는 일도 줄어야 하고요. ‘정의로운 전환’은 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이른바 ‘파리협정’에도 공식 의제로 포함됐습니다.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죠. 그 과정에서 피치못할 갈등도 발생합니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외치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면, 그곳 노동자와 주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고 친환경 전기차를 늘린다면 기존 생산라인 노동자와 기술자들은 설 땅을 잃어버립니다. 이들에 기대어 살던 협력업체들은 또 어떡하나요. 그렇다고 수입이나 노동 환경이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들을 자연스레 새로운 산업 구조로 끌어들일 숙제가 생겨나는 거죠. 

우리에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숙제로 던져졌다.
우리에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도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리는 ‘정의로운 전환’이 숙제로 던져졌다.

똑같이 생산라인에서 일한다 해도 직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엔진이나 부품을 조립하던 노동자는 생산라인에서 밀려날 수 있지만, 자동차 내부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직원은 전기차 생산라인에서 몸값이 더 오를 수도 있죠. 또 노동력은 한정돼 있는데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사람을 늘릴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독일에선 노동조합이 주4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노동자끼리 자기 몫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노노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린다면 노동자도, 고용주도, 국가도 더 바랄 게 없겠죠. 단순히 우리 아이가 자라서 어떤 직업을 갖는 게 좋은지를 떠나,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 우리 아이들이 기술 발전에서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으면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입니다. 

✔︎ ‘전기차 반대하는 노동자에겐 죄가 없다’(오마이뉴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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