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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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미디어오늘

머릿속을 종이 위에 그려보자, 생각보다 쉽고 근사해

  • 입력 2021.06.25 10:53
  • 수정 2021.07.14 17:20

비주얼씽킹과의 첫 만남

10년 전 어느 날, 직장에서 전직원에게 무엇인가를 쉽게 안내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단순하게 글만 쓰는 것보다는 뭔가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림을 추가하면 이해도 쉽고 재미있을 것 같았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다 손으로 그린 정말 멋진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사물의 특징만 간단하게 표현했는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고 쉽게  따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어설프게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외국 자료를 보면서 다양하게 응용을 해 보았는데, 나중에는 동료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고 베스트셀러까지 집필하게 됐습니다.

비주얼씽킹이 뭔가요?

비주얼씽킹(Visual Thinking)은 글과 그림을 이용해 생각과 정보를 빠르고 간단하게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비주얼씽킹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그림을 이용해 빠르게 표현합니다. 필체가 좋지 않아도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처럼, 그림 솜씨가 조금 부족해도 누구나 비주얼씽킹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씽킹으로 정리한 강의. ©정진호.
비주얼씽킹 독서록  ©김하은 학생

그런데 빠르고 간단하게 표현하다 보면 자칫 자신의 결과물이 초라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2가지만 알면 생각보다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바로 굵은 선과 그림자입니다. 

굵은 선과 그림자

비주얼씽킹에서는 굵은 선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굵은 선과 가는 선을 동시에 그릴 수 있도록  양쪽에 서로 다른 굵기의 촉을 가진 펜을 사용하면 좋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네임펜이나 컴퓨터용 사인펜도 충분합니다. 굵은 선을 사용하면, 간단한 그림이지만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전달됩니다. 빠르게 그릴 수도 있지요. 

비주얼씽킹에 사용하는 도구. 스케치북, 굵은 검정 펜, 회색 마커.

또 다른 비법은 그림자입니다. 그림에 그림자가 추가되면 우리 눈은 이 그림이 ‘입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뇌는 평면적인 그림보다 입체적인 그림에 더욱 흥미를 느끼죠. 따라서 우리가 그린 그림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체감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바로 회색 마커입니다. 넓은 펜촉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그림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마커는 여러가지 회색이 있습니다. 경험상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가장 적당한 회색은 따뜻한 회색 30%(WG3: Warm Grey 3)입니다.

굵은 선과 마커를 이용해 그림자를 넣은 단어들. ©정진호

비주얼씽킹 시작하기

비주얼씽킹을 위한 도구가 준비됐다면 이제 간단한 기본도형을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기본과 응용을 한 번 따라 그려 보세요. 시간은 5분으로 설정하면 좋습니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이용하세요. 기본 도형이 익숙해졌다면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의 조리 방법을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해 보세요. 저는 포스트잇 6장을 이용해 제가 좋아하는 토스트 만드는 방법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토스트 만드는 방법. ©정진호

감정과 행동 표현

미술시간에 사람을 그리거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비주얼씽킹을 이용해 표현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얼굴 감정은 매우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행동. ©정진호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감정. ©정진호

다양한 표현 방법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사람의 다양한 행동을 표현할 수도 있고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이나 신체도 표현할 수 있겠죠.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제가 그린 것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어럽지 않으니 여러분도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신체. ©정진호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신체. ©정진호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동물. ©정진호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한 동물. ©정진호

채색은 디지털로 

여러분의 비주얼씽킹 작품을 채색하고 싶다면 디지털 방식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즉 그리는 작업은 스케치북에 펜을 이용해 진행하고, 컴퓨터를 이용해 채색하는 것이죠. 이 작업은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여러분이 종이에 그린 그림을 스캔하는 단계입니다. 추천하는 앱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한 ‘마이크로소프트 렌즈’입니다. 얼마 전까지 ‘오피스 렌즈’란 이름으로 서비스되던 앱인데요. 빠르고 안정적이며 무료라서 좋습니다. 

스캔한 이미지를 채색할 때는 PC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를 PC로 보내세요. 채색을 위한 프로그램은 오토데스크의 ‘스케치북’을 추천합니다. 꼭 필요한 기능만 가지고 있고, 가볍고 안정적이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PC에서 채색을 쉽게 하려면 도형의 선들이 막혀 있게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막혀 있는 영역은 클릭 한 번으로 채색이 가능합니다. 

✔︎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내려받기 : https://www.autodesk.co.kr/products/sketchbook/

‘마이크로소프트 렌즈’ 앱.
‘마이크로소프트 렌즈’ 앱.
PC에서 동작하는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PC에서 동작하는 오토데스크 ‘스케치북’.

비주얼씽킹으로 명함을 만들어 보자

아래 이미지들은 솔리언 또래상담을 하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의 명함입니다. 
친구들이 직접 그린 작품을 디지털로 변환해 리터칭해서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의 마음속에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비주얼씽킹으로 만든 명함들. 
비주얼씽킹으로 만든 명함들. 

그래픽 레코딩

그래픽 레코딩은 좀 더 난이도가 높은 기술입니다. 강의나 발표를 들으며 그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요약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노트 필기와 비슷하지만 간단한 그림을 함께 그려 넣는다는 차이가 있지요. 저 역시 초기에는 스케치북에 펜으로 그리고 이를 스캔해 PC에서 디지털로 채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2년쯤 전에 ‘아이패드 프로’를 사면서 작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이패드에 그리고 곧바로 채색을 하니 훨씬 편리하더군요. 작업 과정을 녹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녹화한 영상을 빠른 속도로 재생하면 것을 30분 분량의 이야기를 2~3분 안에 동영상으로 요약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정선 포럼 2020의 그래픽 레코딩 작업 풍경. ©정진호
정선 포럼 2020의 그래픽 레코딩 작업 풍경. ©정진호
정선 포럼 2020, 마이클 센델 교수님 특강 그래픽 레코딩. ©정진호
정선 포럼 2020, 마이클 센델 교수님 특강 그래픽 레코딩. ©정진호

시작은 나만의 단어장

혹시 비주얼씽킹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만의 작은 시각적 단어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작은 스케치북에 제가 필요한 비주얼씽킹 단어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장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틈만 나면 따라 그리며 단어들을 제 것으로 만들었죠.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필요한 단어를 모두 익힌 뒤에는 이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필자의 비주얼 단어장. ©정진호
필자의 비주얼 단어장. ©정진호

비주얼씽킹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입니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비주얼씽킹은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시작해 보세요. 비주얼씽킹은 분명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될 것입니다. 내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 마음만 먹으면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진호 | 한때 글로벌 인터넷 기업에서 외부 개발자를 지원하는 엔지니어였다. 대기업 계열사의 기업문화팀에서 일했고, 현재는 1인 기업 J비주얼스쿨의 대표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7번의 수채화 개인전을 열고, 17권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평범한 것들이 모이면 특별한 것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매일 꾸준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jvisualscho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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