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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미디어오늘

“아나운서 된 기분이었어요”…독서 팟캐스트 만드는 아이들

  • 입력 2021.07.05 14:24
  • 수정 2021.07.16 10:51

인천시 계산동에 자리잡은 경인교육대학교 도서관 1층에는 ‘어린이도서관’이 있습니다. 1천권이 넘는 어린이 도서를 모아놓은 개방형 공간입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고, 숙제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도서관을 보며 좀 다른 생각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정현선 교수입니다. 

정현선 교수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느낀 점을 목소리와 이미지로 표현하고 나누는 활동으로 확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연계한 어린이 독서 활동을 떠올린 거죠. 정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나 디지털 리터러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해 온 전문가입니다.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기도 했고요.

정현선 교수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에 옮겼습니다. 프로그램에 관심 많은 선생님과 학부생(대학생)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읽고 만들고 공유하다’ 프로젝트입니다. 

읽고 만들고 공유하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읽고 만들고 공유하다는 이름대로 책을 읽고, 그 소감을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만들고, 결과물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새내기 프로그램인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만난 사람들

-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소장
- 황은영 광명북초등학교 사서교사
- 손수민 경인교대 국어교육학과 3학년, ‘연인’ 프로젝트 팀장
- 정수민 경인교대 교육학과 3학년
- 이혜성 경인교대 특수통합교육학과 3학년

프로그램 운영진. 황은영 교사, 정현선 교수, 손수민, 정수민, 이혜성 학생(왼쪽부터).

반갑습니다. 우선 프로그램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정현선 | ‘읽고, 만들고, 공유하다’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느낀 점을 목소리와 이미지로 표현하고 나누는 디지털 미디어 연계 독서 활동입니다.  ‘동물과 함께’, ‘지구와 함께’, ‘이웃과 함께’라는 3가지 주제로 제시된 그림책, 동화, 지식정보책 가운데 원하는 책을 골라 읽고 그 결과를 팟캐스트나 활동지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뼈대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현선 | 경인교대가 도서관 공간을 리모델링하며 1층에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소장 중이던 어린이 책을 가져와 모으고, 지역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자 했거든요. 학생들도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해볼 수 있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2년여 전부터 여러 교수님이 참여해 준비 작업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졌잖아요. 도서관도 한동안 문을 닫고, 아이들이 책 빌리기도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비대면 수업하는 아이들에게도 책을 추천해주는 식으로 재미있게 책을 읽고 즐기는 활동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책 내용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독서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길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바일 앱을 잘 다루는 아이는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그게 어려운 아이는 활동지를 내려받아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참여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팟캐스트’와 ‘북스타그램’으로 나누게 된 거죠.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
정현선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장

다른 선생님과 학부생들은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나요?

정현선 | 황은영 선생님은 2014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광명북초등학교 사서 교사인데요. 황 선생님은 정보 리터러시에도 관심이 많아서, 도서관을 활용해 정보 리터러시 수업도 진행하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모아 스튜디오 가서 책 읽고 소개하는 팟캐스트 작업도 하곤 했죠. 사실 4~6학년만 돼도 독후감을 쓰는 데 이골이 난 아이들입니다. 다른 미디어로 독후활동을 해보자고 해서 황은영 선생님께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책도 함께 골랐습니다. 

또 우리 학교에선 교수와 학생이 협력하는 사업을 국립대 육성사업으로 진행합니다. 학생 지원 프로그램에 교수가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인데요. 손수민 학생은 평소 자주 연락하고 지내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제가 함께하자고 연락했어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손수민 학생과 함께 온 친구까지 3명이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도 큰 도움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지원해주고 있고요. 교수에겐 별다른 지원은 없지만, 그래도 멘토링 교수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멘토링을 자처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팀 이름이 ‘연인’인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손수민 |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취지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연결을 도모하는 것이었어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의미로 자연의 ‘연(然)’, 인간의 ‘인(人)’ 글자를 따서 ‘연인’으로 정했어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팟캐스트와 북스타그램 만들기에 참여했나요?

정현선 | 이 프로젝트는 공모나 자율 참여 형태로 시작한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일정과 대상 학교를 섭외하고 진행했어요. 사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홍보 기간도 빠듯한 일정이었어요. 학생들도 원격수업을 하는 상황이었고 우리도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책을 고르고 웹사이트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 과정에서 황은영 선생님이 주변 사서나 독서모임 교사들에게 계속 피드백을 받았고요. 우리도 이왕 개발한 거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학교 4군데를 모집했습니다. 공문도 보내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줌을 활용해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했어요. 북스타그램은 교사가 안내만 해줘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지만, 팟캐스트는 교사가 어느 정도 지도를 해줘야 하니까요.

황은영 광명북초 사서교사.
황은영 광명북초 사서교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교는 어떻게 섭외했나요?

황은영 | 제가 경인교대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참여하고픈 학교를 선착순으로 신청받았어요. 경기도 사서교사 전체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안내문을 올리고 선착순 3곳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1학기는 도서관도 거의 문 닫고, 2학기부터 조금씩 독서활동을 하고 수업도 조금씩 하고 부분적 예약도서만 대출할 때였어요. 많은 교사가 참여하길 원했지만 실제 참여하기엔 애매한 상황이었죠. 신청한 교사들도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 저희 프로그램을 활용해 팟캐스트까지 제작하겠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갑자기 오프라인 수업이 중단되며 계획이 어긋난 경우도 많았어요. 그렇게 경기도 용인 원삼초등학교, 가평초등학교, 평택 서재초등학교가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실제 참여 학교를 보면 4곳으로 돼 있는데요.

경기도 사서교사 모임에 참여한 교사 가운데 특수학급 교사가 한 분 계셨어요. 특수학교 교사가 늘 고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독후활동인데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제시하는 독후활동이 있는데 특수학급 아이들이 따라하기엔 어려움이 있거든요. 저희 학교 특수학급 선생님이 저와 함께 특수학급용 활동지를 따로 만든 게 있는데요. 특수학급 아이들은 이 활동지로 작성해도 독서활동으로 인정해줍니다. 그 활동지에 소리 내서 책 읽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 특수학급 선생님이  그게 너무 좋다고 했어요. 자기 목소리로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게 아이들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 많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광덕초등학교 특수학급 4~6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며 총 4개 학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참여 학교 학생들에게 제작해 보낸 카드뉴스 인쇄물.

■ 팟캐스트와 북스타그램 만드는 과정

1. 팟캐스트

팟캐스트 만들기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함께 읽어요’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이런 질문을 하며 책을 읽어요!’란 제목으로 책을 읽을 때 활용할 수 있는 20가지 질문 목록이 올라와 있는데요. 학생들은 이 질문을 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고, 팟캐스트나 북스타그램을 만들 때도 활용하면 좋습니다.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고, 질문하며 자기주도적으로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죠. 

학생들은 ‘함께 읽어요’ 웹페이지 하단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중 마음에 드는 링크를 눌러 추천 도서를 확인하고 원하는 책을 읽습니다. 그런 다음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는 ‘앵커(Anchor)’ 앱을 활용해 팟캐스트를 만들고, 완성된 작품은 ‘패들렛(Padlet)’을 통해 공유하면 됩니다. 웹사이트에선 팟캐스트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대본 작성법이나 녹음 방법, 대본 예시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제작 앱 ‘앵커’.
팟캐스트 제작 앱 ‘앵커’.
학생들이 만들어 올린 팟캐스트 작품들.
학생들이 만들어 올린 팟캐스트 작품들.

2. 북스타그램

‘책 읽고 북스타하자!’는 팟캐스트 제작이 어려운 아이들이 책을 읽은 소감을 활동지로 표현하는 미디어 활동입니다. 팟캐스트와 마찬가지로 3가지 주제로 나뉜 책 가운데 원하는 걸 골라 읽고 ‘북스타그램’이란 활동지에 생각과 느낌을 표현합니다. 질문지를 활용하면 좋고요. 완성된 작품은 패들렛을 통해 공유하면 됩니다. 소셜 미디어로 사진을 공유하듯, 내 미디어 활동을 사진으로 찍어 패들렛에 손쉽게 공유할 수 있어, 디지털 기술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북스타그램 활동지 활용법과 내려받는 방법이 안내돼 있습니다.

지난해 진행한 첫 프로그램에는 경기도 용인 원삼초등학교, 가평초등학교, 평택 서재초등학교, 광명 광덕초등학교 4곳에서 초등학생 60명이 참여해 지금까지 팟캐스트 41편, 북스타그램 57편을 등록했습니다.

참여 학생이 만들어 올린 북스타그램 작품.
참여 학생이 만들어 올린 북스타그램 작품.
참여 학생이 직접 그린 팟캐스트 제작 소감.
참여 학생이 직접 그린 팟캐스트 제작 소감.

실제 수업을 진행해보니 어땠나요?

정현선 | 특수학급 아이들 사례를 말씀드리면요. 선생님은 처음엔 연습삼아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다음에 하나 더 만들려고 하셨다는데요. 처음 녹음한 팟캐스트가 너무 완벽해 다시 녹음할 필요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이 잘 참여했어요. 참여한 아이들도 자기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굉장히 집중해서 듣는다고 하더군요. 또 들려달라고 하면서요. 팟캐스트 제작이 특수학급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팟캐스트를 제작하며 아이들에게 실명 대신 별명(닉네임)을 사용하게 했는데요. 그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했어요. 우리가 참여 교사들을 인터뷰해보니 공통된 의견이, 별명을 왜 그렇게 짓는지 물어보고 싶을만큼 아이들이 별명 하나하나에 의미를 붙인다고 했어요. 가상이긴 하지만 SNS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팟캐스트 만든 아이들도 있었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팟캐스트를 녹음한 사례도 있었어요. 닉네임을 쓰게 한 건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기도 하고요. 인터넷 공간에서 꼭 실명을 쓰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일선 학교엔 오디오나 영상을 활용한 독서수업이 없나요?

황은영 | 담임교사 역량이나 관심사에 따라 다릅니다. 사서교사는 동아리나 창체 활동을 할 때 낭독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동아리 수업 할 땐 녹음용 마이크를 놓고 아이들 순번을 정해 읽는 식으로 책 한 권을 녹음한 적이 있는데요. 혼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요. 저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을 들려준 적이 있는데요. 무척 재미있어했어요. 

어른의 목소리와 언니 오빠의 목소리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내 목소리를 입혀 만든 책을 통해 저학년 아이들이 새로운 책을 소개받는다는 게 뿌듯한 경험이었고요. 자기 얼굴이 나오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팟캐스트는 얼굴 노출 없이 목소리로 진행되는 형식이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하고픈 걸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어른들의 추천도서를 교사와 아이들에게 각각 별점을 매기게 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요. 어른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다르거든요. 친구가 소개하는 책을 실제로 아이들은 더 좋아해요. 아이들이 직접 책을 소개하는 기회를 많이 주려 하는데, 팟캐스트 녹음 활동은 아무때나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도 책 읽고 팟캐스트 만들기는 여러 면으로 활용 가능하죠. 

경인교대 도서관 1층에 자리잡은 ‘어린이도서관’. 1100여권에 이르는 어린이 책을 갖추고 있다.
경인교대 도서관 1층에 자리잡은 ‘어린이도서관’. 1100여권에 이르는 어린이 책을 갖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평가하시나요?

황은영 |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후활동은 종이와 연필로 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는 식입니다. 아이들이 책 읽는 걸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의 편견이에요.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 자체보다, 책을 읽고 난 뒤 해야만 하는 부대활동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프로젝트가 지속되면 독후활동도 다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현선 | 팟캐스트 대본을 쓰는 과정은 복합적인 독서활동이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독자를 고려해 책을 고르는 것부터가 교육의 시작입니다. 소리 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캐릭터를 분석하고요. 읽고 듣는 활동을 통해서 “너는 말이 너무 빨라, 못 알아듣겠어” 식으로 어떡하면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지도 고민합니다. 팟캐스트 방송을 한다고 대본을 쓰라고 하면 더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생각하고 설명하게 되고, 작가가 쓴 의도도 생각해보고 글로 표현하기까지가 어려운 과정이에요. 결과만 보면 팟캐스트 방송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합적인 독서 활동이 다 포함됩니다. 꾸준히 진행하면 책을 고르는 수준도 높아지고 책을 체득하는 능력도 키워질 거라고 봅니다.

경인교대 ‘연인’팀 손수민 팀장.
경인교대 ‘연인’팀 손수민 팀장.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정현선 | 경인교대에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가 있어요. 이 프로젝트도 우리 연구소 브랜드가 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해서 책 주제도 업데이트하고 학년도 다변화할 생각입니다. 꼭 팟캐스트가 아니라도 다른 방식으로 활동 내용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인포그래픽이나 카드뉴스, 만화 등 표현도 확장할 수 있고요. 

참여한 ‘연인’팀도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이혜성 | 저는 심화전공이 특수교육이에요. 특수학교 학생들은 배운 걸 표현하는 걸 가장 어려워한다고 해요. 그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녹음하고, 직접 표현하고, 자기 목소리를 들어보는 활동 자체가 제겐 인상깊었어요. 저런 걸 어떻게 진행하지 고민했는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고 교사들이 노력하면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든 표현은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손수민 |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패들렛에서 팟캐스트랑 북스타그램 결과물을 나눠서 받았는데요. 처음엔 북스타그램에 학생들이 몰릴 거라 생각했어요. 팟캐스트는 사용법도 어렵고 대본에 녹음, 업로드까지 전체 과정이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프로젝트 끝나고 패들렛을 열어보니 팟캐스트가 굉장히 인기가 많았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 있고 인쇄매체보다 전자매체를 선호하는구나 느꼈어요. 프로젝트 취지가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연결이었는데 그것과 가장 맞았던 게 팟캐스트였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교사가 돼도 인쇄 매체로 학습지 나눠주고 토의할 생각부터 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미디어를 사용해야 아이들이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수민 | 저는 팟캐스트를 고등학교때 처음 접했어요. 처음엔 초등학생들이 팟캐스트 제작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처음 팟캐스트를 학생들과 만들어보면서 내가 어떤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팟캐스트 앱을 찾아보고 ‘앵커’가 좋을 거 같다고 추천해주셔서 사용해봤는데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직관적인 아이콘이 많아서 사용하기도 어렵지 않았어요. 초등학생들이 팟캐스트를 접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과물도 완성도가 높았고요. 

경인교대 ‘연인’팀 정수민, 이혜성 학생.
경인교대 ‘연인’팀 정수민, 이혜성 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황은영 | 코로나19가 가장 큰 장벽이었어요. 사서 교사도 본인이 자원한 분들이고 관심과 열의가 많은 분들이었는데요. 그럼에도 오프라인 교육으로 진행하면 쉽게 끝날 일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교사가 학생에게 일대일로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자체적으로 교사가 카톡방이나 밴드를 만들어 답변해주고, 패들렛에 올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교사가 일일이 파일을 받아서 대신 올려줬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병행되면 좀 더 쉽게 진행됐을 텐데, 대면 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죠. 오히려 특수학급 학생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등교하는 일수가 많아 다같이 책을 읽고 함께 활동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도 더 잘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혜성 | 재생 도중 갑자기 소리가 안 나거나 애써 녹음한 파일이 날아가는 등 일화도 많았어요. 다 끝나고 지금 생각해보면 팟캐스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더 기억에 남아요. 참여한 학생들도 그 과정을 뒤돌아보며 즐거워하고 성취감을 느낄 것 같아요.

정현선 | 디지털 기기는 사용법이 다 다르죠. 프로그램이 바뀌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디지털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기를 써보면 프로그램 사용법은 항상 다시 배워야 합니다. 그걸 같이 하는 시간은 필요해요. 2학기부터 대면수업이 확대되면 저희 프로그램도 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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