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니어미디어오늘

“어른들이 보는 뉴스는 ‘웩’하고 ‘노잼’이에요”

  • 입력 2021.05.13 09:17
  • 수정 2021.06.01 10:55

최근 어떤 뉴스를 봤나요? 

하루 동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나오는 기사가 무려 2만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매일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뉴스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 백양초 6학년, 대구 경동초 6학년, 부산 주감초 6학년, 서울 석관초 4학년 학생들에게 뉴스와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는 뉴스는?

우선 백양초, 경동초, 석관초 학생 82명이 ‘뉴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마인드맵을 그렸어요.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코로나19였어요. 코로나19 연관 키워드를 언급한 어린이는 82명 가운데 66명에 달했어요. 이 정도면 대부분이 코로나19를 언급했다고 할 수 있죠. 연관 키워드로는 ‘감염’, ‘백신’, ‘마스크’, ‘손씻기’, ‘바이러스’, ‘확진자’, ‘사망자’, ‘방역수칙’, ‘대통령’ 등이 있었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날씨 관련 이슈를 언급한 학생은 29명으로 날씨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았고요. 주식·비트코인 관련 키워드를 언급한 학생은 20명이었는데, 모두 6학년 학생들이었어요. ‘학폭’(학교 폭력) 관련 키워드를 언급한 학생도 15명으로, 많이 언급된 편이었고요.

‘환경오염’, ‘일회용’, ‘쓰레기’, ‘후쿠시마 핵 방출’, ‘일본 방사능 방류’, ‘미세먼지’. 12명의 학생이 이런 단어들을 언급했는데요. 이런 단어들은 ‘환경’이란 주제어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주운전, 살인사건, 성폭행, 아동학대, n번방 등 여러 사건 사고 관련 단어는 총 31건이 언급됐어요.

왜 초등학생들은 코로나19 뉴스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황서인 학생(주감초 6학년)은 이렇게 답했어요. 

“전파가 잘 되니까 내가 걸리면 내 부모님까지 걸릴 거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걸리면 다 죽을 것 같고, 병원비도 어마어마하게 들 것 같아서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러면 어떤 코로나19 뉴스가 기억에 남았을까요? 이윤서 학생(주감초 6학년)은 “코로나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엄마와 함께 이 뉴스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요”라고 설명했어요.

박승현 학생(주감초 6학년)은 “코로나 백신이 꽤 많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선 안심하고 학교를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고요.

마인드맵에 언급된 뉴스 관련 키워드를 정리했다.
마인드맵에 언급된 뉴스 관련 키워드를 정리했다.

뉴스, 너무 어렵고 잔인해요

그런데 마인드맵을 살펴보다 보니 뉴스에 대한 비슷한 이미지가 많이 언급됐어요. 이런 내용이랍니다.

‘노잼’ ‘어렵다’ ‘재미없다’ ‘한자’ ‘지루함’ ‘설명충’ ‘진지’ ‘딱딱’ ‘분위기 차갑’ ‘긴 글’ ‘이해 안 됨’ ‘모르는 단어’ ‘어려운 단어’.

최근 본 뉴스는 이해하기 쉬웠나요? 많은 초등학생들은 뉴스가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해를 할 수 없으니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승현 학생(주감초 6학년)은 “뜻을 모를 수 있으니까 뜻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뉴스 마지막에 뉴스의 뜻풀이 같은 걸 해주거나, 그런 사이트를 하나씩만 적어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도 포털이나 방송을 통해 뉴스를 많이 보는데,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경동초 학생 마인드맵 화면. 왼쪽 아래에 뉴스의 선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경동초 학생 마인드맵 화면. 왼쪽 아래에 뉴스의 선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뉴스는 차이가 있을까요? 언론사의 뉴스가 아니지만 유튜브에서는 이슈텔러, 사물궁이 잡학지식처럼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 많아요. 이 채널들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점이 뉴스와는 달랐던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 황서인 학생(주감초 6학년)은 이렇게 말했어요.

“어른들은 TV로 많이 보시지만 우리들은 핸드폰을 많이 해요. 유튜브에 들어가면 추천 영상이 있는데 거기에 뉴스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같은 뉴스라도 TV에서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길게 나오는데 유튜브에는 짧고 간략하게 요약만 돼 있어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많이 봐요.”

그리고 뉴스가 어렵다는 의견 외에도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뉴스의 어떤 면이 부적절했던 걸까요?

박사랑 학생(석관초 4학년)은 “신문에 어린이들이 보기에 안 좋은 내용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걸러내고 만들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이와 관련해 마인드맵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뉴스를 가리켜 ‘보기 거북해’라고 쓴 내용이었는데요. 이어지는 선을 따라가면 ‘왜 이런 사진 웩’, ‘이상한 사진’, ‘이상한 말’, ‘성’, ‘폭력’, ‘사망’ 등의 표현이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뉴스 이슈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한 학생은 “PC방 살인사건이나 n번방 같은 것들은 무서워서 별로 알고 싶지 않다”라고 답변하기도 했어요. 뉴스가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왜 어른들을 위한 뉴스만 있나요? 어린이를 위한 뉴스도 만들어 주세요.” ©freepik
”왜 어른들을 위한 뉴스만 있나요? 어린이를 위한 뉴스도 만들어 주세요.” ©freepik

어린이를 위한 뉴스가 필요해요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뉴스’가 필요한지 묻자 석관초 학생 21명 중 19명이, 경동초 학생 37명 중 33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답니다. 설문지를 통해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변했어요.

“어른들의 뉴스가 있으니 아이들의 뉴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뉴스가 있어야 해요.” 

“어린이들도 사회생활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필요해요.” 

“어린이들도 사회와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신문 등이 없다면 세상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돼요.”

뉴스가 어렵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주제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많았어요.

어린이들은 기자가 된다면 어떤 뉴스를 제작하고 싶어 할까요?

황서인 학생은 “뉴스는 거의 정부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주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뉴스를 통해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임소은 학생(주감초 6학년)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관심 분야를 서로 조사해서 (각자 자신들의 관심 분야와) 비슷한 걸 뉴스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밝혔고요.

경동초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경동초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경동초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경동초 학생의 뉴스 마인드맵

손준민 학생(석관초 4학년)은 기자가 된다면 ‘아이들의 소원’을 뉴스로 만들고 싶다고 했네요. 

“예를 들어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하고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뉴스로 만들고 싶어요.” 

홍아름(석관초 4학년) 학생은 이렇게 말했어요. “만약 어린이들의 의견이나 소원이 뉴스에 나온다면 ‘얘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어린이 뉴스가 필요한 이유를 적은 응답 중에는 “어린이도 중요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들을 위한 뉴스가 없는 어린이들은 미디어와 사회가 자신들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활동해보기 
  • 최근 본 뉴스의 어떤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나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의미를 물어보세요.
  • 직접 친구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도록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쉬운 뉴스를 만들어보아요.
저작권자 © 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주제
VIEW MORE
 Back to top